잠시 들렸다 지나가는 바람일 것인가? 새로운 문화의 담론이 될 것인가?
[포스트21=유우주 기자]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의 혼성그룹들이 발표했던 트로피컬 풍 여름음악들은 그 시절 소년, 소녀들의 마음을 빼앗았다.
그 시절의 음악을 재현하는 주제로 방영되고 있는 MBC ‘놀면 뭐하니?’는 다시 불고 있는 레트로 열풍에 힘입어 시청률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다.
그룹 룰라의 이상민, S#ARP(샵)의 이지혜를 소환해서 활동했던 당시의 가요계 분위기와 함께 혼성그룹 출신들만이 풀 수 있는 재미난 ‘썰’을 풀어내는 것만으로도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00년대를 풍미했지만, 현재 전성기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남자 솔로가수 비와 이효리의 출연은 옛날 감성을 그리워하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들뜨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그 시절 스타들을 그리워하는 걸까?
‘깡’ 열풍으로 다시 불타오른 추억의 향수들
요 근래 유튜브를 휩쓸었던 검색어는 ‘깡’일 것이다. 남자 싱글가수로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활동을 하며 ‘월드스타’라는 닉네임을 가졌던 비의 본격적인 쇠퇴기를 알리는 노래였다.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안무 스타일, 보편적인 가사 등 대중들이 원하는 변화의 바람에 탑승하지 못하면서 인기는 저물어 갔다.
하지만, 유튜브에서 이 노래에 대한 풍자 영상들이 하나둘씩 올라오고 많은 대중들의 참여가 이뤄지면서 ‘깡’은 더 이상 퇴물같은 노래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가수 비의 과거 활동들이 다시 한번 빛을 보게 되고, ‘놀면 뭐하니?’에서는 깡에 대한 이슈에 대해 대인배적으로,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다시 한번 대중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거머쥐었다.
비 뿐만 아니라 연예계 활동을 반 은퇴하다시피 한 ‘제주도 소길댁’ 이효리와 음악인이 아니라 예능인으로 더 친숙해진 90년대 최고의 프로듀서 이상민의 재등장은 잊혀졌던 90/00 시대의 음악들을 대중들에게 다시 한번 각인 시킬 수 있게 됐다.
대중들에게 최고의 추억인 그 시절의 스타들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는 우리에게 본격적으로 레트로가 대중들에게 큰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프로그램이었다.
90년대로 돌아간 듯, 당대 최고의 가수들의 무대는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레트로 음악을 틀어주는 클럽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올라가는 현상이 일어났다.
심지어 해체한 젝스키스는 다시 한번 재결합하여 앨범을 내서 인기몰이를 하는 등 인기가 그칠 줄 몰랐다.
90년대에 소년·소녀였던 학생들이 가장·주부가 되고 힘든 사회생활을 하던 와중, 어린시절에 순수하게 사랑했던 옛 스타들이 다시 등장하는 모습을 보며 큰 위안을 받게 된 것이다.
잊고 살았고, 다시는 재현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추억을, 대중들에게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줄 수 있었다는 점이 큰 성공의 이유일 것이다.
대중들이 누릴 수 있는 대중문화 다양성 기대
하지만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둬야 했던 것일까? 대부분 추억의 스타들의 활동은 단발성에 그쳤고, 재결합 한 그룹들은 좋지 않은 개인사와 더불어 시대에 따라가지 못하는 스타일로 이내 대중들에게 차가운 외면을 받게 되었다.
90년대 중·후반의 전성기를 누렸던 스타들의 재등장은 결국은 길게 가지 못했다. 다시 몇 년이 지나고 이제 다시 한번 등장을 하게 됐다.
시간이 흐른 만큼 자연스럽게 90년대 말~2000년대 초의 가수들로 타겟이 변경 됐고, 등장하는 플랫폼의 형식 또한 단순히 가수들이 활동했던 시기의 노래를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형식이 아닌, 2020년에 90/00시대의 스타일로 활동을 하게 되는 형식이다.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비·이효리 그리고 최고의 예능인 유재석의 새로운 시도가 기대되는 이유는, 자연스럽게 내리막을 타고 있던, 두 스타의 재등장이 ‘이미지 소모로 끝날 것이냐’ 아니면 ‘요즘 활동하는 가수들과는 차별화된 영감을 주며 대중들에게 새롭게 사랑받을 반등의 계기가 될 것이냐’의 결과가 궁금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중들이 누릴 수 있는 대중문화의 다양성을 위해서 레트로 열풍이 미풍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