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수돗물에 이어 이번에는 유충이? 전국적으로 확산 중인 '수돗물 포비아' :: 포스트21 뉴스

인천뿐만 아니라 경기 화성, 김해 삼계, 양산 범어 등의 정수장에서도 유충 발견돼 

[포스트21 뉴스=박윤선 기자] 지난 9일부터 닷새간 인천 서구 일대에서 “수돗물에 유충이 보인다”는 신고가 수도사업소에 잇따라 접수됐다. 첫 신고가 접수된 서구 왕길동을 시작으로 서구 당하동과 원당동에서도 유사 민원이 접수됐다. 

이와 같은 신고 접수로 인천시상수도사업본부 등이 해당 지역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했고 살아있는 유충을 실제로 발견했다. 

현재 유충 민원이 최초로 발생한 후부터 지금까지 관련 신고 814건이 접수됐으며, 211곳에서 실제 유충이 발견된 상황이다. 그 중, 서구가 198건으로 가장 높았으며, 계양구 6건, 부평구 5건, 영종도 2건이다. 

인천시는 정수장·배수지 청소와 소화전 방류 등으로 수돗물 정상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공촌정수장과 부평정수장 계통에서의 유충 추가 발생은 차단했지만, 급·배수 관로 상에 남아있는 유충이 계속 배출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인천만이 문제가 아니다?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연 환경부가 활성탄 여과지가 설치된 전국 49개 정수장을 점검한 결과 7개 정수장에서 유충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공촌·부평정수장에 이어 추가로 유충이 발견된 곳은 경기 화성, 김해 삼계, 양산 범어, 울산 회야, 의령 화정 등 5개 정수장이다. 인천을 시작으로 5개 정수장에서 유충이 발견되자 전국적으로 수돗물 유충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환경부는 유충들이 모두 고도정수처리에 쓰이는 활성탄 여과지 표면에서 발견된 것이기 때문에 가정집 수돗물로는 유충이 유입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시민들의 불안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당국은 유충의 인체 유해성 여부는 확인된 바 없지만, 음용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일반적으로 작은 유충은 뱃속에 들어가도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촌충이나 회충같은 기생충은 뮤신이라는 물질을 분비하기 때문에 뱃속에 들어가면 감염될 수 있다. 

모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충이 어떤 것인지 밝혀질 때까지 정확히 말하기 어렵지만, 확실히 좋지 않다”며 오염된 수돗물 음용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수돗물 유충 재발 방지를 위한 ‘국민 중심의 수돗물 서비스 운영혁신 전사 전담반 회의’를 개최하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미래지향적 물관리 서비스로의 전환을 적극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수돗물 포비아’ 확산 우려돼 

인천에서 처음 시작된 유충 검출 사태가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되면서 생수, 정수 필터 관련 상품 매출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에 이어 수돗물 유충 사태가 발생하면서 물에 대한 위생과 중요도가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 마트의 관련 제품 매출을 살펴본 결과 정수헤드와 정수필터의 수요가 각각 60%, 126% 증가했으며, 온라인몰에서도 샤워기 필터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10배 이상 증가했다. 

편의점에서 생수를 찾는 고객 수도 급증했다. 인천 서구와 부평·계양·강화 등에 있는 편의점 50곳의 생수 판매량이 지난 15일 기준 전주 동요일 대비 1.7배로 늘었다. 전국적으로 수돗물 포비아의 움직임이 일어나는 것이다. 

붉은 수돗물의 악몽이 사라지자마자? 

인천은 이미 2019년도에 수돗물 공포를 한번 겪은 바 있다. 일명 ‘붉은 소돗물 사건’ 인천광역시 서구를 시작으로 영종도와 강화군 일대까지 번진 붉은 수돗물 사건은 서울특별시 영등포구와 경기도 광주시, 평택시, 충청북도 청주시, 강원도 춘천시, 경상북도 포항시, 부산광역시 등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이 사건은 팔당호의 물을 어쩔 수 없이 방류하다가 일어난 것으로 각 가정과 학교 등으로 공급된 적수로 인해 학생 및 거주민 모두가 피해를 보는 불편을 겪기도 했다. 

붉은 수돗물 공급에 이어 유충 사태로 인해 사람들이 수돗물 사용을 꺼리고 있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물’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물의 중요성과 소중함은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에는 특히 더 그러하다. 그렇기에 당국은 아이와 어른, 노인을 막론하고 모두가 똑같이 사용하는 수돗물 관리에 많은 노력을 쏟아주기를 바라는 바이다. POST21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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