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고기록 인증... 세계에서 찬사 이어지다
[매거진 포스트21=편집부] 무엇이든 간단하고 편리한 것들이 각광받는 시대가 되면서 우리의 전통문화 역시 점차 현대화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전통예술이 “어렵고 난해하다”며 기피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전통에는 1000년, 2000년 넘게 쌓아온 선조들의 얼과 뜻이 담겨 있으니 그 명맥을 이어가는 것이 ‘사회적 도리’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선조들의 거룩하고 깊이 있는 뜻을 이어가는 이가 강원도 정선에서 예술혼을 불태우고 있다. 바로 풍헌(豊軒) 고하윤 선비이다.
자아성찰 도와주는 문화전통예술 ‘서예’
오늘날 젊은이들의 가장 큰 화두 중에 하나가 자아성찰(自我省察)이다. 물질만능주의 시대를 맞아 한때는 많은 사람들이 오직 돈 만을 쫓는 삶을 살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행복을 찾는 사람들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더욱 많은 돈을 벌기보다는 적당한 생활을 유지하며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살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까지 앞만 보며 살아왔던 이들이 대부분이라 자기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쉽게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풍헌 고하윤 선비는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의 전통예술 서예가 큰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서예를 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한번씩은 무아지경을 느낀 바 있을 겁니다. 하얀 화선지에 먹선을 그리다 보면 골치 아픈 세상만사를 모두 잊고 오직 내 자신과 글에만 집중하게 될 때가 있죠. 마음에 여유가 찾아오면서 평안과 깨달음을 얻기도 합니다. 이렇게 안정된 마음상태에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도록 돕는 것. 이것이 바로 서예의 힘이죠.”
서예를 통해 항상 들뜨던 마음을 안정시키고 차분해졌다는 이들이 많다. 서예에 어느 정도 친근해진 이들이 있다면 풍헌 선비는 한문 서예를 적극 추천한다. 한글 서예와는 또 다른 멋과 깊이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한문을 어려워 하는 이들이 많다 보니까 한글 서예를 통해 서예를 배우는 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서예의 진정한 멋과 뜻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문 서예를 해야 합니다. 한문에는 예전 우리 조상들이 남긴 풍류와 멋, 깨달음이 남아 있습니다. 배우기는 어렵지만 한 번 빠져들면 헤어나오기 힘들 만큼 매력적인 예술이 바로 한문 서예입니다.”
한문을 배우고 이해하는 것이 까다로울 수 있겠지만, 까다로운 만큼 그 안에는 깊이 있고 무게감 있는 심오한 지혜가 녹아 있다는 풍헌 고하윤 선비. 50년 넘게 서예에 매진하고 있는 그이지만 아직도 서예의 끝없는 깊이에 매번 감탄을 금치 못한다고 한다.
풍헌 선비의 열정으로 우리나라 ‘병풍서 역사’ 한 눈에 보다
풍헌 고하윤 선비의 서예 인생은 아주 어려서부터 시작되었다. 한문을 배워야 한다는 부모님의 철학에 따라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에 천자문을 뗏다는 그는 16살에 정선아리랑 8폭 병풍을 그리며 서예를 시작했다.
양구군청 문화공보실장, 정선의 여량면, 화암면, 북평면장 등 공직생활을 하면서도 붓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사회에서 힘겨운 일이 있을 때면 더욱 열정을 품고 붓을 들어 자신을 다스리고는 했었다.
그리고 2002년, 공직을 은퇴한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서예에 온 몸과 마음을 바치는 삶을 살고 있다. 풍헌 선비는 본래 한국의 전통 서예를 공부했었다. 그러다 젊은 시절, 중국의 유명한 서예가 왕희지(王羲之)를 본받아 초서와 행서에 집중했고, 이후 서예의 오체인 전서와 예서, 해서도 공부해 오체 모두에 능통한 작가가 되었다.
뛰어난 예술가 밑에는 그를 이끌어주는 참된 스승이 있는 법. 풍헌 선비는 규당 오상순 선생과 해정 박태준 선생의 가르침을 받아들여 진정한 자신만의 독특한 서체와 작품세계를 가질 수 있었다.
서예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은 무엇이든 작업하는 풍헌 고하윤 선비이지만, 그가 특히 재능을 보이는 것은 병풍서다. 그의 첫 작품은 16세 때 쓴 병풍서였으며 이후 시간이 될 때마다 병풍서를 써 온 풍헌 선비의 실력은 한국 병풍서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작품 하나하나의 감성 역시 뛰어나지만 양도 무시못할 수준이다. 2015년 대한민국 최다 병풍서 기록을 세운 그의 작업량은 다음과 같다.
1994년부터 2014년 5월 30일까지, 무려 21년 동안 그가 작업한 평풍서는 전서 900폭, 예서 1,698폭, 해서 258폭, 행서 6411폭, 초서 2238폭, 한글 204폭으로 총 1만 1,709폭, 1,335질이다. 총 길이만 따져도 1만 6,275m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이다.
한 개인이 작업한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방대하고 깊이 있는 작품들이었기 때문일까? 지난 2017년 3월. 풍헌 선비는 세계기록인증기관인 유럽연합(EU) OWR(Official World Record)로부터 최고기록 인증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뜻깊은 상을 받게 된 이유는 풍헌 선비의 작품에는 그만의 해석과 이해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제가 쓴 작품들은 모두 옛 성인들의 시구(詩句)를 바탕으로 한 건데요. 옛 성인들의 시구를 따라 쓰기만 하면 단순한 그림 그리기와 서예가 별 차이가 없죠. 그래서 저는 여기에 저만의 해석과 이해를 첨부해 두었습니다. 한문을 모르는 이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한글로도 풀어 설명해 두었습니다”
한국을 넘어 중국, 세계로 뻗어가는 고귀한 작품
풍헌 선비의 작품은 이미 국내에서 그 가치를 충분히 입증받았다. 그는 대한민국 정수미술대전 서예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바 있고, 기록문화 대상, 전국공무원서예대전 대상, 강원서예대전 대상 등 150여 회 이상 수상한 경력이 있다.
이 같은 경력을 바탕으로 한국서예가협회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 호남미술대전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 대한민국 미술전람회 심사위원을 지낸 바 있다.
호남미술대전 고문, 정수 서화 미술대전 초대작가, 대한민국 서도대전 초대작가, 대한민국서예문인화 원로총연합회전 이사로 활약하기도 했다. 풍헌 선비의 명성은 국내뿐 아니라 서예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중국에서도 대단하다.
중국에서 서예의 신이라 불리는 왕희지 필체를 독창적으로 해석했다는 평을 받는 풍헌 선비는 일찍이 한문성경보감 1천928폭을 왕희지 필체로 완성해 중국인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거기다 불교사상을 설한 경전 ‘묘법연화경’을 왕희지 필체로 교본을 따라 2,292폭을 완성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규모만 11709폭, 16275m, 1335질에 이르러 장엄함을 주고 있으며 글자도 69,443자가 담겨 있다. 이 외에 대학이나 중용, 예기, 명심보감 등 동양의 이름난 경서들을 그만의 독창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표현해 내 중국은 물론 전 세계 서예인들의 관심과 존경을 자아냈다.
“삶이 다하는 순간까지 붓을 놓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일념정진(一念精進)
지금까지의 작품으로만 봐도 마땅히 ‘대가’라 부를 정도의 업적을 세운 풍헌 선비이지만,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로 전시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올해에만 두 차례 전시를 했고, 1월에 했던 한국서예협회에서 주최한 6개 단체 초대작가 초청전에서 대한민국 명작 대상을 받아 상장을 수상했다.
이번에 풍헌 선비가 수상한 상은, 6개 단체에 속한 거장들이 모두 작품을 냈고, 이들 단체의 총 대표인 이수성 전 국무총리가 직접 수여한 뜻깊은 상이다.
“대한민국에서 명장으로 이름을 날린 여러 선후배님들이 모인 곳에서 상을 주셨는데요. 상에 어울리는 예술가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 더욱 정진하면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앞으로의 일정도 바쁘다. 6월에는 한국서가협회 중앙공모전, 국전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하고, 7월에는 춘천과 강원도 서예대전에 작품을 출품한다.
9월에는 정선 아리랑제에서 병풍서를 전시하기로 해서 준비 중이다. 한시도 쉬지 않고 이토록 매일같이 정진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저는 서예를 시작하면서부터 삶이 다하는 순간까지 붓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결심한 바 있습니다. 서예는 이미 제 인생이나 다름이 없죠. 게다가 고맙게도 저를 인정해주고 따르는 후학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좋은 선생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본보기가 되어야죠.”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최소 1,000자 이상 쓰고 있다는 풍헌(豊軒) 고하윤 선비. 서예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으로 대가의 반열에 오른 그의 작품이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위안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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