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한 의사 대신 다른 의사가? 유령수술 :: 포스트21 뉴스

[포스트21 뉴스=김민진 기자] 모든 일에는 숙련도라는 게 존재한다. 처음에는 아무리 어렵고 답이 보이지 않는 일도 시험 삼아 한 발 한 발 내딛어가다 보면 어느새 익숙해지는 게 인간이다. 

경험은 가장 훌륭한 스승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세계적으로 명망있고, 뛰어난 음악가, 기술자들도 처음에는 서투르게 시작했을 것이다. 

이는 비단 예술과 문화쪽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법, 의학, 금융 등 모든 분야에서 우리는 많은 경험을 가진 이를 전문가라 부르며 그들에게 일을 맡기고 싶어한다. 그런데, 이 경험을 쌓기 위해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해야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유령수술 이야기다.

나는 누구에게 수술 받은 것인가?

지난 2014년. 성형수술을 받던 여고생이 돌연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단순히 미용을 위해 성형수술을 받던 여고생이 사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면에 유령수술이 있다. 

유령수술은 말 그대로 유령이 와서 수술을 한다는 뜻을 가진 신조어다. 환자가 상담받은 유명 성형외과 의사가 아니라 환자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1년, 혹은 2년밖에 되지 않은 전문의가 수술을 집도하는 행위를 말한다. 

쉽게 말해 대리수술을 한다는 것인데, 이 모든 과정은 환자가 마취된 상태에서 이뤄진다. 환자를 속이는 행위. 주로 강남의 일부 대형 성형외과에서 자행되는 것으로 엄연히 불법이기 때문에 수술 중 전문의의 실수로 사고가 벌어져도 병원 측에서는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이 탓에 앞에서 말한 사망사고 같은 건이 계속되는 것이다. 굉장히 심각한 문제이고, 정부는 관련 법을 개정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천명한 상태이긴 하지만 지난 3년간 유령수술로 인해 면허정지 처분을 받은 셩형외과 전문의는 단 한 명이다. 유령수술 적발이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환자만 빼고 모두 윈윈. 적발이 어려운 유령수술

처벌이 안 되고 적발이 안 된다고 해서 유령수술이 사라진 건 아니다. 지금도 현직에 있는 일부 양심있는 성형외과 의사들은 대형 성형외과에서 유령수술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증언한다. 

거기다 자신이 유령수술을 해 본 적 있다고 양심선언을 하는 전문의들도 많다. 이들은 유령수술은 쉽게 적발하기 어려운 행위라고 이야기한다. 

유령수술은 병원과 전문의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행위다. 대형 병원 입장에서는 경험을 쌓길 원하는 전문의들에게 수술경험을 시켜서 좋은 인재로 키울 수 있고, 원장은 자신이 직접 수술을 하지 않으면서 실적은 올릴 수 있다. 

전문의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거래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직접 시도해 볼 수 있고, 혹시나 수술이 잘못 되어도 책임은 지지 않는다. 위험한 건 오직 환자 뿐이다.

이처럼 서로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유령수술은 쉽게 적발이 되지 않는다. 거기다 혹시나 사고로 환자가 잘못되어도 일부 대형 병원에서는 수억 원에 이르는 합의금을 환자에게 제시하며 비밀보장을 약속받는다. 

주기적으로 성형외과를 검사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수술실에는 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CCTV도 설치되지 않는다. 사실상 유령수술을 시행한 전공의, 혹은 현업의 생태를 잘 알고 있는 의사들의 양심고백에 의해서만 유령수술을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유령수술 방지 5계명

그렇다면 유령수술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2015년 3월. 점점 심해지는 유령수술을 감시하고자, ‘유령수술감시운동본부’가 발족했다. 

사단법인 소비자시민모임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합동으로 만든 단체로 이 곳에서는 유령수술을 막기 위한 5개의 행동수칙을 천명한 바 있다. 

먼저 첫 번째는 수술할 집도의사의 신분을 정확하게 확인해야 한다. 집도의사의 성명과 전문과목은 물론, 의사면허번호까지 알고 있는 것이 좋다. 

두 번째는 수술 당일 보호자가 동행하며 수술실 근처에서 집도의사의 행방을 주시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병원 측에 미리 집도의가 수술실에 들어와야만 마취주사를 맡겠다고 이야기하는 것. 

네 번째는 집도의사로부터 직접 수술경과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혹, 다른 의사나 간호사가 경과를 이야기하면 전문의가 설명해주길 바란다고 이야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진료기록부를 발급받아 확인해야 한다. 유령수술을 하는 병원은 진료기록부를 작성하지 않거나, 간단하게 작성하는 경우가 많으니, 이를 인지해서 확인하는 것이 유령수술을 막는 길이 될 수 있다.

유령수술은 한 사람의 생명이 왔다갔다하는 무지막지한 범죄행위다. 물론 전공의에게도 수술기회가 보장되어야 함은 분명하다. 그래야 그들도 실력을 키워서 언젠가 교수가 되고, 의료계의 인재가 되니까. 

하지만, 교수와 함께 수술실에 들어가서 같이 수술을 진행하거나, 교수의 지도 아래 수술을 하는 방식이 있지 않을까? 

일부 교수, 혹은 유명 의사, 원장들의 편의를 위해서 환자의 생명을 농락하는 유령수술은 반드시 사라져야 할 악습으로 범죄이다. 우리의 철저한 감시로 유령수술이 대한민국에서 근절되기를 바란다. POST21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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