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시설이 필요 없는 열대지방의 모든 주택은 패시브하우스인가?”
[포스트21 뉴스=구원진 기자] ‘패시브하우스’는 독일의 패시브하우스 연구소에서 처음 사용된 말이다. 독일 주택의 연간 난방 에너지 사용량이 1.5L를 넘지 않으면 탄소배출이 적은 친환경 하우스로 분류되어 ‘패시브하우스’라는 인증을 붙여 주었다. 그런데 이 말이 국내로 들어오며 최근 논쟁이 되고 있다.
‘패시브하우스’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독일의 인증 기준인 연간 1.5L를 철저히 따라야 한다’는 쪽이 있는가 하면 ‘좀 더 포괄적으로 넓은 의미에서 사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 쪽이 있다. ‘박목수의 건축여행 이야기’를 운영하는 박승태 대표는 후자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한국과 독일의 주거 환경을 예로 들며 “패시브하우스의 포괄적 의미의 사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패시브하우스의 기준
박승태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독일과 우리나라는 지리적 기후와 생활 환경이 달라 난방 방식부터가 다르다. 독일은 라디에이터를 사용한 공기 난방을 추구하고 있고 한국은 바닥을 따뜻하게 데우는 온돌식 보일러 난방을 사용하고 있다. 또 평상시 실내 온도를 비교해 보면 독일은 18~20℃ 이하를 유지하는 반면, 한국은 24~28℃까지 사용한다. 실내에서 착용하는 복장도 다르다.
독일은 실내에서도 신발을 신고 있고 스웨터를 입고 있다. 반면 한국은 맨발로 다니며 가벼운 복장으로 생활한다. 생활방식과 라이프가 전혀 다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패시브하우스를 짓기 위해 독일 방식을 무조건 고수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아니면 지역의 상황을 고려해 짓는 것이 올바른 패시브하우스일까.
생활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패시브하우스
박 대표는 독일에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알 것이라며 독일은 호텔도 주택처럼 추워 밤잠을 설치는 사람들이 있는데, 거꾸로 독일 사람들은 한국의 호텔이 더워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고 했다. 다시 말해 이미 환경에 적응이 되어 있는 사람들이 ‘남의 것이 좋다’고 무조건 맞추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환경은 서서히 변화되고 그 변화에 사람들도 서서히 적응 돼야 맞는 것이다. 독일의 패시브하우스 연구소가 제시한 연간 난방 사용량 기준 1.5L는 독일식 구조와 독일식 자재 그리고 독일식 생활방식에서 가능한 수치다.
이 수치를 맞추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독일식 패시브하우스를 똑같이 짓는다고 해도 생활방식이 달라서 연간 난방 사용량인 1.5L를 맞추기는 쉽지 않다. 다시 말해, 실제로 독일의 패시브하우스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가져다 옮겨 놓는다’고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패시브하우스가 되지 못한다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일단 실내에 들어가면 신발을 벗기 때문에 바닥이 따뜻해야 한다. 온돌과 라디에이터는 열을 일으키는 방식도 다르고 크기도 다르다. 온돌의 장점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수출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가 독일식 패시브하우스만 고수해 온돌을 포기할 수는 없다.
“패시브하우스는 수치가 중요한가. 의미가 중요한가?”
박 대표는 독일 패시브하우스 연구소의 기준에 딱 부합하지 않는데 ‘패시브하우스’라는 말을 칭하면 무슨 큰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폄훼하는 이들이 있다며 그들에게 묻고 싶다고 했다. “패시브하우스라는 의미는 그 수치에만 국한되는가. 우리나라 자재로 우리나라 기후에 맞는 우리나라 생활방식의 저에너지 주택은 패시브하우스가 아니란 말인가. 그렇다면 난방시설이 필요 없는 저 열대지방의 주택들은 모두 패시브하우스인가?”
건축면적 115㎡ 휴휴당, 월평균 난방비 7만 원(동절기 4개월 간 평균)
박 대표는 4년 전 부여 외산면 삼산리에 저에너지 주택 ‘휴휴당’을 짓고 건축주의 배려로 4년간 휴휴당의 연간 난방 사용량을 점검해 왔다. 건축면적 115㎡의 2층 구조인 이 집의 평균 난방비는 온수 포함 월평균 7만 원. 이는 동절기 4개월 간의 평균 사용량이고 나머지 기간은 난방하지 않았다. 실내온도는 약 22~24℃를 유지했다.
이는 도시가스가 들어가는, 같은 평형대의 아파트에서도 나오기 힘든 사용량이다. 박 대표는 휴휴당을 세미 패시브하우스라고 칭했는데, 누군가가 또 아니라고 반론이 나올지 걱정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패시브하우스’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그는 “국내에 적당한 명칭이 없다 보니 선진국의 용어를 빌려 사용하면 그래도 저효율 에너지 집이라는 것을 강조할 수 있어서”라고 했다. 패시브하우스의 의의와 의미를 생각한다면 1.5L라는 수치가 그렇게 중요하냐는 것이다.
패시브하우스에 창이 중요한 이유
박 대표는 최근 건축주들이 건축 설계를 맡기고 상담을 하다 보면 백이면 백, 저효율 에너지 집을 추구한다고 했다. 때문에 한옥의 장점과 양옥의 장점을 살려 온돌과 공기 순환, 환기, 창호 시스템 등 많은 부분을 고려해 설계한다고 했다. 그중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이 ‘창호’다.
박 대표는 열화상 카메라로 집을 촬영해 보니, 아무리 단열 성능이 우수한 1등급 창호를 설치해도 열 저항은 수치가 R6~R7 정도였다고 했다. 바닥이 R20, 외벽은 R23, 지붕이 R37인 것에 비하면 창호의 열 저항은 외벽의 1/4, 지붕의 1/6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면 저에너지 주택을 짓기 위해서는 무엇에 가장 많이 신경을 써야 할까. 답이 바로 나온다.
창의 역할은 조망과 채광, 환기에 있다. 열을 지키는 것(기밀성) 만큼 창의 역할도 중요하다. 박 대표는 “성공적인 패시브하우스의 성패는 고성능 창호의 위치, 크기, 수량, 성능 개선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포괄적 의미의 패시브하우스는 설계로도 건설할 수 있지만, 건축주가 ‘어떤 생활방식으로 살아가느냐’에 따라서도 그 여부가 달라진다. 실내온도를 정부가 권장하는 18~20℃로 유지한다면 더 많은 건축물이 패시브하우스가 될 것이다. 박 대표는 패시브하우스는 건축업자가 짓는 것이 아니라 건축주가 만들어 가는 것으로 생각했다.
토지매입부터 조경까지 종합건축 엔지니어링 업무 지원
부여 휴휴당에 이어 여주 금사면에도 저효율 주택을 지은 박 대표는 “천안 광덕면과 안성 삼죽면에서도 전원주택의 미를 갖춘 저효율 주택, 세미 패시브하우스가 완공되어 사용승인 진행 중이고 용인 수지는 건축 시공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택을 짓는데 “건축뿐만 아니라 토지매입, 부동산 법률 컨설팅, 시공설계, 구조검토, 인테리어, 조경 등 건축 전 분야에 걸쳐 일을 처리하는 종합건축 엔지니어링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며 “건축주가 편안한 마음으로 전 과정을 즐겁게 지켜볼 수 있도록 항상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표가 운영하는 블로그 ‘박목수의 건축여행 이야기’에서는 박 대표의 건축 철학과 함께 건축에 관한 지식을 얻을 수 있고 그가 지은 다양한 건축물을 구경할 수 있다. 포스트21 뉴스
'라이프 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詩) 한편 주오디트 최종명 대표, '비가 내린다' (0) | 2021.05.31 |
---|---|
베스타벽난로 지호림 대표, 경제성과 효율성 모두 해결한 베스타벽난로 히트 (0) | 2021.05.30 |
바이트댄스 창업자 38세 장이밍, 어마어마한 억만장자…30대 중국 청년갑부의 재산수준 (0) | 2021.05.13 |
신간 ‘천마과학역술TV 종교를 초월한 신비한 세계로 떠나자 역술여행’ 화제 (1) | 2021.05.06 |
내 직업은 내가 만든다 ~ 회사 없이 스스로 만든 독특한 직업들 (0) | 2021.03.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