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들 잇단 비극…대책 마련 시급, “우린 200만원도 못 법니다” :: 포스트21 뉴스

출처 픽사베이

[포스트21 뉴스=최은경 기자] 택배 노동자들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급격히 늘어난 물동량에 살인적 노동 강도를 호소하며 근근이 버텨가고 있다.  택배 노동자 사망사고가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보호를 위한 정책이 요구되고 있음에도 어느 것 하나 속시원한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과로사로 추정되는 택배기사 사망사고 소식에 이어 이번엔 택배기사가 대리점 갑질과 생활고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까지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올해 사망한 택배기사는 11명으로 파악...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라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사망한 택배기사는 11명으로 파악된 가운데 특히 최근 뜻하지 않은 과로사 및 갑질 의혹 등이 업계를 넘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택배 노동자들의 잇따른 과로사와 관련, 특별대책을 서둘러 달라고 관련 부처에 지시하는 한편,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도 이들의 고용 관련 문제 제기가 지속되고 있다. 

그만큼 택배기사의 열악한 근로실태 점검과 근로감독이 강화돼야 하며 이를 포함한 지속가능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양이원영 의원은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에서 일하는 40대 후반 택배기사 사건을 다루면서 업계 권리금 관행을 꼬집었다. 

그는 “과도한 권리금을 내고 일을 시작했고 차량 할부금 등으로 월 200만 원도 벌지 못한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것”이라며 “고용부 차원에서 국토부와 함께 해당 문제를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노위가 국감 기간뿐 아니라 이후에도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에 따르면 지난 20일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에서 일하던 40대 택배기사 김모 씨가 대리점 갑질과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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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지인 소개로 택배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사 과정에서 택배 업무를 수행할 지역에 대한 권리금 약 300만 원과 보증금 형식으로 지점에 500만 원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김씨가 투자금으로 사용한 금액은 총 800만 원에 달하지만 수입은 월 200만 원 수준에 그쳤다. 이에 생계 유지가 어렵다는 등의 문제 제기를 했으나 무시됐고 결국 사측 압박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김씨는 퇴사를 희망했지만 지점에서는 일방적 근로 종료에 따른 손해배상을 이유로 김씨에게 책임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씨는 사망 직전까지 자신의 차량에 구인광고를 붙이고 직접 사람을 구해야 했다. 이 같은 내용은 김씨 자필로 작성된 유서에 고스란히 담겼다. 김씨 유서에 따르면 김씨는 택배 일을 하기 위해 국가시험, 차량구입, 전용번호판까지 구입했으나 현실은 200만 원도 벌지 못하는 구역을 배당받았다. 

이런 구역은 소장 모집이 금지됐음에도 직원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회사가 보증금을 받고 권리금을 만들어 판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자신(회사)들이 책임을 다하려고 했다면 이 같은 극단적 선택은 없었을 것”이라며 “다시는 저와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게 시정 조치를 취해달라”고 강조했다. 

택배노조는 로젠택배의 경우 구역을 사고팔기 위해 권리금을 현금으로 내는 사례가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에 따른 피해를 택배기사들이 고스란히 받고 있다는 점이다. 노조 측은 과로사대책위원회와 대응을 논의 중에 있으며 이 같은 문제를 고용부, 국토부 측에 제기한다고 밝힌 상태다. 

과로사 사망…CJ대한통운 이어 이번엔 한진 

최근 택배노동자의 잇따른 과로사 사망도 주목된다. 지난 8일 CJ대한통운 소속으로 서울 강북구에서 택배 배송 업무를 수행하던 택배기사가 호흡 곤란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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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매일 오전 6시30분 출근해 밤 9~10시에 퇴근했고 일 평균 400여 개의 택배를 배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일에도 한진택배 동대문지사 신정릉대리점에서 근무했던 김모 씨가 이달 12일 자택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평소 아무런 지병이 없었고, 추석 연휴 전주 배송한 택배 물량이 하루 200∼300개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용부는 다음달 13일까지 택배사 및 대리점을 대상으로 긴급점검을 실시하고 택배기사 6,000여 명에 대한 면담조사 실시 계획을 내놨다. 

3주 간 긴급점검에서 국세청 등 관계기관과 협조해 산재보험 입직신고 여부 등을 철저히 조사한다는 게 골자다. 업계에선 택배노동자들이 잇따라 숨지는 근본 원인은 이미 예견된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유통이 폭증한 가운데 과중한 업무의 핵심으로 지목되는 ‘택배 분류작업’의 고질적인 인력부족 문제가 꼽힌다. 또 택배노동자들은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돼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 등 사회보험 보호에 취약한 점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재보험 가입은 가능하지만 ‘적용제외’ 조항 탓에 가입률이 저조한 게 현실이다. 게다가 택배사 측 종용에 ‘적용제외’에 동의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설명이다. 택배사가 그간의 고질적 편견에서 벗어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음과 동시에 이번 고용부 조사 등 정부 차원에서 현장 노동자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지금보다 더 고차원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포스트21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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