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보성 작가, 한글로 담아낸 삶의 무게 :: 포스트21 뉴스

금보성 작가

[포스트21 뉴스=최은경 기자] 금보성 작가는 한글 작업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한글을 디자인적 서체, 예술적 서체, 손 글씨 등으로 변화시키는 시도는 끊임없었지만, 회화 자체의 소재로 사용하는 작가는 금보성 작가 외 그동안 없었다는 평가다. 한글 자체의 조형미를 그림으로 표현해 한글을 문화유산으로 남기고자 한 그의 작품 세계를 살펴본다.

“해체는 파괴가 아니다”

금보성 작가는 작업의 시작을 포스트모더니즘 즉, 후기 모더즘의 해체주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프랑스 철학자로 유명한 '자크데리다'가 제시한 해체주의는 파괴 또는 해체, 풀어헤침의 행위적 관점에서의 부정적 경향이 강한 예술 사조를 뜻한다. ‘해체’에 대한 통속적인 이해는 조립 또는 조형에 반해 분해 또는 풀어헤침 그리고 파괴를 지칭하는 행위와의 직결이다. 

그러나 이런 사상을 두고 우리는 부정적 이미지를 초월해 긍정적 해석을 해야 한다는 게 금 보성 작가의 예술관 중 하나다. 그는 35년간 문자의 분리 해체를 통한 작업을 진행하면서 보여지는 것은 해체이나 ‘자크데리다’의 ‘해체가 아니다’는 것을 새롭게 증명하고자 한다. 문자를 자유롭게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단어와 문장을 비밀스럽게 수수께끼처럼 구성하는 방식으로 봉인하였다.

 

한글과 해체주의

금보성 작가가 회화로 기록한 메시지의 본질은 ‘파괴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적 암시에 있어 역사적 침강작용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것은 고전적인 의미에서 비평의 필요성에 해당한다.”라고 말한다. 이는 새로운 철학적 제시이자 학문적 이론으로서 파괴를 위한 해체가 아니라 도시재생같은 원리로써 그 의미를 새롭게 구성하는 것이다.

한글을 느끼고 한글을 즐기다

금보성 작가의 작품은 한글을 바탕으로 다양한 형식과 모양으로 표출해 언어 메시지 전달 역할을 시도한다. 한글이 가진 가치에 대해 한국인의 정신과 의식을 표현한 소리 언어로서 감정을 담아낸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오랜 역사 속에 한글은 전쟁과 정치적 기근으로 백성들의 불안과 억울함이 가득 찬 이른바 ‘한’으로 기억되고 있다는 금보성 작가. 그는 “오랜 세월이 지나도 피폐해진 삶이 회복되기보다 반목으로 현대까지 이어져 앓아야 하는 민족의 의식을 담아, 그것을 문화로 접근해서 풀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한글이 정신문화를 조율할 수 있다는 역할에 대해서도 기대감이 크다. 그간 가슴에 맺힌 한을 풀어내고자 심리치료, 병원치료, 무속, 종교적 행위에 기대며 살아 온 민족들은 문화를 즐기며 전승하는 문화민족이었다는 점에 비춰 문화 코드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한글과 해체주의

금보성 작가는 “과거에 집착하여 용서하고 소통하지 않은 되물림은 현대까지 유전되어 서로가 각각 다르다는 차별로 상처를 주고 경제적, 직업, 종교, 지역의 차별로 지금 젊은이들에게 한이 되는 사람들이 많다”며 “결국 현대인은 고통의 무게가 줄어 들지 않아 용서와 소통이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금보성 작가는 통상 한글 작업을 하기 전 시를 쓴다. 시인 출신답게 시의 문장을 해체한 후 자음과 모음마다 각각 다른 색으로 표현한 문장을 흩어놓는 점이 특징이다. 그는 “문자로 예술이 가능한지 보여주면서 한글의 우수성을 말하고 싶었다”며 “문자 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창출하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액션페인팅’의 출발인 젝슨 폴록도 참고할 수 있다. 그러나 젝슨 폴록은 물감을 뿌리는 방법으로 해체주의 작가군으로 분류되지만 금보성 작가는 물리적이거나 직접적인 투척이 아닌 보이지 않은 소리글자 한글의 문장을 마음속으로 던진다. 

자음과 모음이 흩어진 상상 속에 이미지를 투척하는 방법으로 화면을 구축한다. 금보성 작가는 “자크데리다의 차연(差延)과 산종(散種)의 뿌리다, 파종하다 의미와 다르다는 것을 뒤늦게 발견하였다”고 말한다. 

 

‘행의적 뿌리다’는 것은 같을 수 있지만 금보성 작가는 우리민족의 가슴에 한이 되었던 본질을 심리적으로 파악한 후 끄집어 내어 소멸을 위한 방법으로 전통적인 민속놀이인 윷놀이(척사, 던지다)를 통해 ‘용서와 나눔’이라는 내적인 치유가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던져진 문장이 해체된 모습이나 한글 단어를 비밀스럽게 노출시키지 않은 에니그마를 통해 레비나스의 윤리적 소통을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항섭 미술평론가, “지극히 과학적이고 사상적이며 철학적인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다”

또 한글 작업의 최종 지향점을 다민족 시대를 맞아 소통이 중요한 수단이라고 얘기한다. 그는 “한글 작품에서 얻어낼 수 있는 결과는 디자인적 공간 형태로 자리잡고자 문자, 부호, 숫자, 기호로 접근을 시도할 수 있는 점이다”라며 “시각적으로 드러나기 위해 캔버스 위에 디자인적 요소와 배색에 대한 화면 구성을 단단하게 만들어 가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글과 해체주의

금보성 작가에 대해 “우리 민족 고유의 문자언어인 한글을 조형적으로 변환하는 작업에 전념해왔다”고 평가한 신항섭 미술평론가는 “그의 작품 한글의 그 형태적인 구조는 지극히 과학적이고 사상적이며 철학적인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만들어낸 기하학적인 이미지의 조합은 순수추상으로서의 영역으로 들어서 있다며 한글이라는 문자가 생성하는 형태미를 그대로 유지하는 가운데 추상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낸다고 표현했다.

몇 가지 조형적인 모색은 한글이라는 소재를 전제로 하면서도 문자로서의 형태미에 갇히지 않은 채 회화적인 이미지 그 자체를 보자는 심사인지 모른다면서도 소재가 무엇이든지 일단 회화적인 영역에 들어서면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외면할 수 없다고 말한다. 

 

문자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형태미를 회화적으로 치환했을 때 새로운 소재가 주는 또 다른 조형미를 발견하게 되는 까닭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한글이 지닌 심오한 철학을 자신만의 기법으로 개척해 나간 금보성 작가의 작품이 오랫동안 주목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많은 대목에서 알 수 있다.


profile

1966년 여수
홍익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시집7권

금보성아트센터 관장
한국작가상 대표
한국미술협회 회원
학교법인선천학원 이사
재)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
청주 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 조직위원 
영월동방채묵전 전시감독 
대한민국미술축전 전시감독
국회남북미술전 전시감독
춘천조각심포지엄 운영위원
올해의 작가 심사위원장
2021 방글라데시아 비엔날레 한국관 감독

개인전 61회

한글展. 아트박갤러리/칼수르헤.독일
한글展. K갤러리/동경.일본
한글展. 케이트오갤러리/뉴욕 
한글展. 여수미술관/여수
한글展. 사천미술관/사천
한글展. 거제유경미술관/거제
한글展. 인천잇다스페이스/인천
한글展. 금보성아트센터/서울
한글展. 이오아트스페이스/인사동
한글展. 금보성아트센터/서울
한글展. 해피갤러리/부천  
한글展. 61회/금보성아트센터(2020.10) 외 다수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