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으로 소통하는 한얼 이호영 도예가, 마치 밤하늘의 우주처럼…. 흙과 유약 그리고 불로 완성한 하모니 :: 포스트21 뉴스

한얼 이호영 도예가

마치 밤하늘의 우주처럼…. 흙과 유약 그리고 불로 완성한 하모니
흙으로 소통하는 한얼 이호영 도예가, 21세기 시선집중 창조적 도자작품 

[포스트21 뉴스=편집부] “같은 유약을 칠하고 한 가마에서 구웠는데, 구울 때 마다 색깔이 천차만별이에요.” 도예를 향한 열정과 도전으로 시대정신을 이어온 한얼 이호영 도예가는 루비색 그리고 코발트빛을 띤 두 항아리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흙으로 사물을 빚어 유약을 바른 뒤 가마에 넣었을 때 열을 접하는 위치와 산소량에 따라 도자의 색깔이 다양하게 바뀌는 것을 두고 그는 ‘불의 조화’라고 말한다. 경이로운 불의 조화에 감탄하며 그동안 자신의 작업 세계를 꾸준히 확장해온 한얼 이호영 도예가는 21세기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도자를 선보이고 있다.

불의 조화로 완성한 코발트빛 달항아리

한국 도자의 맥을 이어 상감청자 재현의 가장 중요한 도예가 故 이현승 선생의 아들인 이호영 도예가는 어릴 적부터 흙을 가까이했다. 아버지를 통해 자연스럽게 도자기를 접한 그는 흙으로 무언가를 빚는 일에 점점 매료되기 시작했다.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던 이호영 도예가는 지난 2017년 7월 그의 작품 100점 가량으로 ‘불의 그림’ 초대전을 열었다. 전시는 크게 세 분야로 나눠 막사발이라고도 불리는 다완(茶碗) 50~70점 그리고 루비빛, 코발트빛 등을 머금은 달항아리 20점 그밖에 항아리류 등으로 구성됐다. 이호영 도예가는 자신의 작품들을 두고 “흙과 유약, 불이 조화를 이뤄 완성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한얼 이호영 도예가 작품

특히 코발트빛 달항아리 완성으로 ‘불의 조화’에 크게 감동한 그는 가마에 장작을 넣으면서 ‘어떻게 색깔을 만들까’ 상상하며 때론 연소가 덜되게, 때론 맑은 불이 되게 등 지금까지의 경험을 중심으로 불의 그림을 완성하기 위한 자연과의 대화를 한다. 같은 유약을 사용하더라도 열이 가한 시간과 세기에, 또 산소량에 따라 색깔이 다르다는 것. 이호영 도예가는 자신만의 유약을 특별 제조해 ‘별밤유약’ 또는 ‘우주유약’으로 이름 붙였다. 밤하늘의 우주와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그는 “청자나 백자를 만들 때는 일정한 불의 쎄기의 열과 안정적인 환원 소성으로 불을 지피기 때문에 표면이 같은 색깔을 지닌다”며 “하지만 불의 변화를 통해 색깔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로는 열 강도를 계속 바꿔가며 다양한 시도에 도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느 때보다 화려한 도예의 부활

한얼 이호영 도예가는 전통 도자 예술 계승에 앞장서 온 명인이다. 혁신적인 제조 기술로 ‘분청, 청자평면도자’라는 독자적인 기법을 개발해 국내 최초 ‘평면도자기’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장본인이다.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고 접근조차도 어려웠던 도자 제조의 혁신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이호영 도예가는 평면도자기로 세계적인 벽화를 완성하기도 했다. 바로 경남 남해의 이순신 순국공원에 평면도자기를 활용한 벽화가 세워진 것. 

한얼 이호영 도예가 작품

보통 도자기가 비슷하게 생겼다고 말하는 것과 달리, 여러 작업을 거치면서 하나같이 전부 다르게 만드는 것이 이호영 도예가의 특징이다. 그는 같거나 비슷한 작품을 만들지 않기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유약 만들기 소성 방법의 다양성으로 완성된 도자는 제각기 다른 개성이 돋보인다. 공장에서 기계적으로 찍어내는 대중화된 도자 그릇 제품과는 확실한 차별성을 두고 있는 것이다. 도자기는 원료의 배합과 성형, 조각, 번조에 이르기까지 제작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까다롭다. 따라서 한 점의 도자기를 빚기 위해서는 숙련된 기능이 뒷받침돼야 한다. 

한얼 이호영 도예가는 “고도의 기술과 전문지식을 익히기 위해선 오랜 시험과 창의적인 생각, 연륜이 있어야 새로운 작품을 시도하고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이유로 그의 도자기는 신비롭고 특이하다. 라이프스타일 트렌드가 시시각각 달라지는 유행을 따라 급변하면서 예술 도자기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분위기다. 주로 청자나 백자 등 옛것을 재현하는 데 치우치다 보니, 모방 지적이나 논란도 피하기 어려웠다.

한얼 이호영 도예가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면 오히려 국적 불명이라는 비난이 뒤따른다. 전문가는 새로운 작품이 어렵게 탄생하면 처음 보는 작품이라서 예술적 평가를 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도 이호영 도예가는 창조적인 도전과 창작의 열정이 식을 줄 모른다. 최근 세계 공예계에서는 도예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게 부활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프랑스 파리를 비롯해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등 세계 예술 강국 도시들을 중심으로 아틀리에가 주목을 받고 있다. 견습생들도 하나둘씩 늘어가는 추세다. 하지만 한국 도예계는 암흑기에 들어 선 것 같다고 하며 전통청자와 백자는 미술 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다고 한다. 

갤러리 초대전은 거의 없고 큐레이터들은 도자기를 예술작품으로 팔기가 어렵다고 한다. 새로운 창작을 하는 도예가들도 인정받기 어려운 한국의 현실이라고 한다. 진정한 도예가는 풍부한 경험을 기반으로 기술 역량과 예술적 감각을 두루 갖춰야 한다. 이 도예가는 “엄선한 재료와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 창작으로 장인의 영혼을 불어넣어 완성된 도자는 그 자체만으로도 명품”이라며 “단순히 선조들의 유물을 재현하는 것으로 그 가치를 알릴 것이 아니라 시대 변화에 따라 후손들에게 새로운 문화를 알리고 전파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꼽는 최고의 작품은 무엇일까. “도예가들 사이에서 불문율처럼 전해져 오는 옛말이 있다. 명작은 당대에 나오기 힘들다는 것. 한 가문에서 최소 3대가 노력해야 가능하다는데, 1대에서 좋은 흙과 가마를 만들고 2대 때 작업을 열심히 이어나가 보면 3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명작이 탄생하여 빛을 본다는 얘기다. 지금 내가 2대에 속하는 두 번째 주자이니, 아마 다음 후손에서 마스터피스가 탄생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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