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지켜보는 미국의 시위 사태... 어쩌다 이렇게 됐나 :: 포스트21 뉴스

[매거진 포스트21=김민진 기자] 지난 5월 25일. 비무장 상태의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 데릭 쇼빈의 가혹행위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데릭 쇼빈은 비무장인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수 분동안 무릎으로 눌렀으며 플로이드가 살려달라고 울먹였음에도 이를 방관하여 사망에 이르게 했다. 

이 사건 내용을 담은 영상이 공개되면서 미국 전역에서는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시위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집회가 벌어졌다. 

처음에는 평화적으로 진행된 시위였지만, 이들의 집회는 점차 폭력성을 띄게 되었고, 급기야 각 도시에서 약탈과 방화가 벌어지는 상황으로까지 치닫게 되었다. 

미국은 왜 항상 시위가 벌어지면 폭동으로 귀결되는 것일까?

주 방위군 투입까지 불러온 시위

미국의 거리 집회는 날이 갈수록 폭력적으로 변질되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는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약탈이 일상이 되었고, 몇몇 시위대는 경찰차에 불을 지르기까지 했다. 

약탈하지 말라고 만류하는 백인 여성을 흑인이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영상도 공개되면서 시위대의 과격한 행동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 같은 시위대의 반응은 미국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일례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평화적인 시위가 진행 중이던 시위 초반, 시위대를 급진좌파 테러조직이라고 비난하는 트윗을 올렸다. 

이후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트럼프는 시위대를 향해 폭력배, 방화범, 살인자, 약탈자 등 날 선 발언을 거듭 이어나가고 있다. 

시위를 잠재우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위를 부추기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 시위가 격화되면서 경찰과 시위대가 대립하는 상황이 미국 전역에서 만연하고 있다. 

이에 트럼프는 다시 한 번 ‘성난 폭도가 평화적 시위자를 집어삼키게 허용할 수 없다.’고 말하며 주 방위군 투입을 결정했다. 

일부에서는 이 시위에 배후세력이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까지 하는 상황.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경찰들 사이에서 시위에 동참하는 의미의 무릎 꿇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경찰과 시위대의 대립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미국의 시위는 항상 폭력적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많았다. 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폭력 시위의 정당성은 무엇인가

킬 대학교의 군중 행동 및 치안 전문가인 클리포드 스토트 교수는 이번 사건이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서로의 감정이 격해질 여지가 많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다 인종국가인 미국에서는 소수민족이나 인종 차별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가장 가까이로는 2014년 뉴욕 경찰의 가혹 행위로 숨진 흑인 남성 에릭 가너 사건. 

당시에도 미국 전역에서 시위가 일어났으며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는 취지의 캠페인이 시작되었었다. 시위자들이 몇 년을 주기로 계속 반복되는 경찰의 과잉진압 사건을 보며 우리가 이렇게 행동하지 않으면 저들은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경찰의 대응 역시 중요하다. 이렇게 감정이 격화된 상태에서는 아주 작은 사건 하나가 트리거가 되어 큰 사건으로 번질 수 있다. 

일부 경찰이 시위에 참가한 여성을 세게 밀어서 넘어뜨리는 영상이 공개되면 누구나 경찰의 비인도적인 행위를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도 처음에는 평화적 시위를 응원했고, 심지어 주말에는 함께 하기까지 했다. 시위대가 폭력적 성향을 띄면서 이를 막기 위한 경찰 역시 강력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 라이스 대학에서 조직 행동을 연구하는 말론 모지만 교수는 도덕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폭력 시위의 원인을 규명한 바 있다. 

그는 한 사람은 자신의 도덕성을 인격과 마찬가지로 여기기 때문에 부도덕에 대한 강한 감정의 표출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피력한다. 

사회 구조가 부도덕적이고, 이를 용납하지 못한다고 느낀다면 폭력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역사적 DNA의 차이?

이런 면에서 보면 한국의 시위는 굉장히 평화롭게 진행된다. 실제로 한국사를 연구하는 외국인들이 가장 놀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한국의 비폭력적 시위다. 프랑스에서는 대학생들이 등록금 동결을 위해 경찰차를 부수는데, 한국에서는 그보다 훨씬 본질적이고 국가의 정체성에까지 관련이 있는 민주화 투쟁을 하면서도 폭력성을 띈 경우가 거의 없다. 

4.19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폭력성을 띄었다고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저항의 개념이지 시위대가 먼저 폭력성을 드러낸 적은 없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대규모 촛불집회 역시 마찬가지. 촛불집회는 최고 권력자의 하야를 요구하면서도 시종일관 평화적으로 진행되어 전 세계의 찬사를 받은 바 있다. 

같은 형식의 집회가 유럽이나 미국에서 진행되었다고 생각해 보자. 어떤 일이 발생했을까? 한국과 반대로 유럽과 미국은 전통적으로 혁명이나 시위에 피와 폭력이 항상 수반되어 왔다. 

이 같은 역사적 DNA가 지금의 차이를 만든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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