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21 뉴스=오현진 기자] 서학개미라는 말이 있다. 경쟁이 심하고 정보의 홍수로 오히려 제대로 된 수혜주를 판별하기 어려운 국내 주식시장을 벗어나 해외 주식을 사들이는 개인을 뜻하는 신조어다.
올해, 이 서학개미들의 약진이 매섭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보유 잔액은 123% 급증해 8월 말에는 322억 달러에 이를 정도.
하지만 지난 9월 초, 이 서학개미들의 주요 투자처였던 니콜라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주식 시장에 파란이 예고되고 있다. 제2의 테슬라로 불리던 니콜라가 사기 기업으로 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화가 1억 달러를 투자할 정도로 공신력 있는 회사였던 니콜라
먼저 니콜라라는 회사가 무엇인지를 알아보자. 니콜라는 2014년 유타 주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창업됐다.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에디슨의 경쟁자이자 교류용 전동기를 최초로 발명한 니콜라 테슬라에게서 유래된 이름으로 그 이름처럼 수소자동차 개발을 주 업종으로 하는 회사다.
니콜라는 2020년 6월, 나스닥에 상장되어 있던 VectorlQ라는 회사를 합병하면서 나스닥에 우회상장,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향후 급성장할 것이 확실한 수소 자동차 분야, 거기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할 정도로 탄탄하며 미국 언론에서도 제2의 테슬라라고 칭찬이 자자한 기업.
이것이 상장 직전까지 니콜라의 이미지였기에 국내 투자자들은 큰 의심없이 니콜라에 투자를 결정했다. 국내 대기업인 한화 역시 2018년에 니콜라에 1억 달러를 투자했을 정도. 주가가 2배 가까이 뛴 니콜라였지만, 일각에서는 꾸준히 니콜라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다.
상장 이후 제기되는 사기 의혹
니콜라에게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진 것은 이 회사가 개발만 하고, 제대로 된 제품을 내놓은 일이 없기 때문이다. 회사측에서는 창업 초기부터 자신들이 수소트럭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며 홍보를 하고 있지만, 이를 입증할 자료나 시연영상은 거의 없다.
2016년 12월에 자사 최초의 수소 트럭이라고 자부하는 니콜라 원을 내놓았으나 이때 시연된 트럭은 껍데기뿐인 모형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혁신적인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홍보했으나, 이 역시 특허나 관련 문건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알려졌고, 공장을 세운다며 착공식 세레머니를 했지만, 정작 공사 진행에 대한 허가는 받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상장 이후 계속 제기되면서 니콜라가 사기 기업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GM과 협력 계약을 체결하고, 전 세계로부터 수백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를 받은 기업이 니콜라였기에 이 의문은 말 그대로 뜬소문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런데 지난 9월 10일, 힌덴버그 리서치라는 미국의 작은 리서치 회사가 니콜라의 기술이 사기임을 입증하는 통화 녹음, 이메일, 비공개 사진 등을 공개했다. 소문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퍼지면서 니콜라의 주가는 10% 이상 폭락했고, CEO이자 창업자였던 트레버 밀턴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자 회장직을 사임했다.
창업자의 과거 행보도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창업자가 물러났으나 사정은 더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주가는 연일 폭락을 거듭하고 있으며, 과거 수소트럭 시연 영상까지 거짓말이었다는 폭로가 나오고 있다.
급조한 트럭을 언덕 위에 세우고 기어를 중립으로 놓고 굴린 것을 시연 영상이라고 내놓았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직접 이를 실험해 보며 니콜라의 시연영상과 비교, 니콜라가 사기기업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창업자인 트레버 밀튼의 과거 행적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2004년 처음 회사를 차린 이후 트레버 밀튼은 약 5개의 회사를 설립했다가 팔았는데, 모두 허위광고로 가치를 뻥튀기해서 팔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트레버 밀튼이 설립한 회사는 인수 과정에서 여러 잡음이 일어나다가 모두 망했버렸다. 니콜라의 주가 폭락 사태 이후 비슷한 사례가 하나 둘 나오고 있다.
SK 텔레콤이 2300만 달러를 투자한 이스라엘의 의료벤처기업 나녹스도 사기 의혹에 휩싸이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증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니콜라나 나녹스와 같은 기업에게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조심, 또 조심하며 정보를 여러 차례 검증해 보는 수밖에 없다. 혹여나 해외 기업에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투자자가 있다면 부디 신중히 결정하길 바란다. 포스트21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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