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변화가 강력 범죄를 방지한다. 깨진 유리창 이론 :: 포스트21 뉴스

출처 픽사베이

[포스트21 뉴스=최현종 기자] 사소한 습관의 변화가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오는 사례를 우리는 너무나 많이 알고 있다. 이른바 나비효과라 불리는 것들인데, 이 같은 효과는 사회 전체에 대입해 볼 수도 있다. 

과연 무단투기, 낙서 등의 사소한 경범죄를 단속하는 것이 살인, 강도 같은 강력범죄를 막는 조치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을 고민한 실험이 1969년에 있었으니, 바로 깨진 유리창 이론이다.

방치된 무질서가 초래하는 강력 범죄의 위험성

깨진 유리창 이론은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으로 유명한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 교수가 1969년에 실시한 실험이다. 짐바르도는 두 대의 중고차를 구매, 서민들의 거주지인 뉴욕 브롱크스와 부유한 동네, 캘리포니아 팔로 알토에 보닛을 열어둔 채 차를 놓아두었다. 

그러자 브롱크스에 놓아둔 차는 10분만에 배터리와 라디에이터 등이 사라졌지만, 팔토 알토에 있는 차는 5일 동안 아무 일이 없었으며, 실험진들이 차를 치우려 하자 신고가 들어가 경찰이 오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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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 결과가 국내에는 동일한 지역에 두 대의 자동차를 한 대는 창문을 조금 깬 상태로, 다른 한 대는 보닛만 보닛을 열어 놓은 채로 방치해 두었을 때의 차이를 실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위의 실험이 잘못 전달된 것이다. 

이 연구의 목적은 사소한 무질서, 경범죄가 강력 범죄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실험을 예로 들면 사소한 경범죄, 무질서가 만연한 브룽크스는 아무렇지 않게 도난이라는 강력범죄가 일어난 것이고, 경범죄가 잘 단속되어 있던 팔토 알토는 같은 조건이라도 범죄가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깨진 유리창 이론이라고 하는데, 만일 한 건물의 유리창이 깨진 채로 방치되어 있으면 다른 유리창도 곧 깨어질 것이라는 데서 비롯된 이론이다.

낙서만 지워도 강력범죄가 예방된다?

이 이론이 적용된 가장 좋은 사례로 1980년대의 미국 뉴욕이 자주 언급되고는 한다. 당시 뉴욕의 지하철은 무법지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치안이 좋지 않았다.  뉴욕 지하철은 연간 60만 건 이상의 중범죄가 일어나는 지역으로 여행객들 사이에서 뉴욕 지하철은 타지 말라는 조언이 공공연하게 돌아다닐 정도였다. 

이에 럿거스 대학의 범죄심리학 박사인 조지 L. 켈링 교수는 깨진 유리창 이론을 적용, 뉴욕 지하철 전역의 경범죄부터 철저히 단속할 것을 제안했다.  이 제안이 받아들여져 뉴욕 지하철은 집중단속 대상이 되었고, 벽에 새겨진 그래비티와 낙서 역시 철저하게 지워지기 시작했다. 

무려 5년. 뉴욕 지하철에 존재하는 모든 그래비티가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지하철에서 벌어지던 강력 범죄는 조금씩 줄어들었고, 1994년에는 절반 가까이 감소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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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깨진 유리창 이론은 뉴욕시 전체로까지 퍼져나갔고, 그 결과 뉴욕의 범죄율은 현저하게 떨어져 오늘날의 번화한 대도시라는 이미지를 가질 수 있었다.

깨진 유리창 이론. 남용하면 오히려 위험

길거리에 쓰레기가 모여 있으면 그 곳에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를 버리는 것도 같은 심리에서 비롯된 일이다. 하지만 이 이론의 효용성을 의심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들은 깨진 유리창 이론이 설명하는 이론적인 심리상태는 이해하지만, 뉴욕의 경우처럼 경범죄 단속이 강력범죄를 막는 방파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데에는 회의적인 의견을 피력한다. 

뉴욕의 사례도 강력범죄가 줄어든 것은 1970년대 낙태 합법화로 할렘가의 신생아가 줄어든 것이 원인이지, 사소한 경범죄를 단속했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거기다 이 이론을 온전히 적용하다 보면 권위주의나 독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사소한 무질서도 용납하지 않는 강력한 규제책은 반대로 자유를 제한하고 독재를 용인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이다. 

깨진 유리창 이론이 실제로 효용성이 있는지는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사소한 환경의 변화가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은 분명하다. 나비의 날개짓은 태풍이 되기 마련. 작은 변화를 주목하자. 포스트21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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