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21 뉴스 편집부] 오래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이러한 욕망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 열 가지 오래 사는 것들을 표현한 ‘십장생도’이다. 이미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예술작품으로 존재해 온 십장생도에 현대적인 시선을 더해 독특한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이가 있다. 바로 대홍 김재환 화백이다.
전통의 진화를 꾀하는 ‘십장생도’
해, 산, 물, 돌, 달, 소나무, 불로초, 거북, 두루미, 사슴에 이르기까지. 십장생도에 표시되는 10가지 십장생 목록이다. 영원을 뜻하는 자연물과 인간 기준으로도 오래 사는 두루미, 거북이 등이 포함된 십장생은 예부터 장수와 부귀를 축원하는 존재로 여겨졌다.
그래서 병풍이나 베갯머리, 신부의 수저 주머니, 문방구 등 우리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물건이나, 항상 바라볼 수 있는 장소에 십장생을 그린 십장생도가 놓여지곤 했다. 지체 높은 양반집부터 일반 서민들의 집에 이르기까지.
사랑하는 이들의 안녕과 부귀를 기원하며 우리의 선조들은 십장생도를 그렸다. 시간이 흘러 생활방식과 시대가 바뀌었어도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그대로다. 하지만 김재환 화백은 이 욕망이 표현되는 모습만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전통의 퇴색을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전통의 진화죠. 전통에는 그 나름의 이유와 매력이 모두 녹아 있어요. 이걸 단순히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게 변화시키면 전통 본연의 모습을 훼손하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제가 하는 작업은 십장생도에 남겨진 전통의 모습을 그대로 남겨둔 채 그곳에 현대인의 시선을 덧씌우는 것 뿐입니다. 조금 더 세련되고 친화적으로 변한 십장생도를 만들어 내는 거죠.”
미지의 세계를 개척해 만들어낸 그만의 십장생도, 미술계에서 호평
이미 20세라는 약관의 이른 나이에 개인 전시회를 가질 정도로 어려서부터 그림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김재환 화백. 손재주가 좋아 그림과 서예 등을 두루 섭렵하던 그는 어느 날, 새벽 바다에서 바라본 신비로운 해무가 서린 해금강을 보고 산수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사찰에 머물며 대한민국의 절경을 산수화로 옮기기를 한참, 1989년에 어느 화상이 십장생을 그려보라며 그에게 권했고, 한 번 십장생도를 그려보고 그 매력에 빠진 김재환 화백은 이후 십장생도에만 몰두하기 시작했다.
“십장생도는 제가 오랜시간 몰두했던 산수화는 물론이고 묘사와 추상 등 서양화가 가진 장점까지 내포한 그림입니다. 모든 그림기법이 총출동된 종합 선물세트같은 그림이라고 할 수 있죠.”
처음에는 장기인 산수화의 특성을 살려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적인 필법으로 사실적인 십장생도를 그려냈으나, 이렇게 그린 그림에서는 십장생도만의 맥이나 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많은 고민을 거듭한 김재환 화백은 이제 사실적이고 전통적인 필법 위에 중국의 기암절벽을 상상하며 구도를 맞춘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무엇이든 오래되고 고인 물은 썩기 마련입니다. 특히나 예술은 더욱 그런 경향이 있어요. 틀에 박힌 정형화된 필법만을 고집하다 보면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예술작품을 결코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예술이란 언제나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개척해 나가는 것이니까요. ”
‘혼과 철학’이 깃든 십장생도로 세계의 주목을 한 몸에...
대홍 김재환 화백의 십장생도가 일반적인 십장생도와 가장 크게 차이나는 점은 십장생 모두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다는 점이다. 마치 서양화에서의 데생을 보듯, 살아 움직일 것만 같이 그려지는 십장생에는 김재환 화백의 혼과 정성, 철학이 깃들어 있다.
“저는 단 하나의 그림을 그리더라도 이 그림을 보는 이들의 영원한 행복과 건강을 기원하며 그립니다. 그래서 선 하나를 그리는 데 몇 시간, 심하면 며칠이 걸리기도 하죠. 작가의 혼과 기, 맥이 포함되지 않은 그림은 예술작품이라고 칭할 수 없다는 것이 저의 철학입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 3회, 특선 4회는 물론 한국화대전과 국제 수묵화전, 미술세계 대상전 등 다양한 미술 대전에 출품하여 좋은 성적을 거둔 바 있는 김재환 화백. 국내는 물론이고 러시아와 독일에서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는 그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자신의 십장생도처럼 독자적인 길을 걸으며 한국 전통의 십장생도를 전 세계에 전파하고 있는 김재환 화백의 활동을 응원하며 언젠가 그만의 십장생도가 세계 미술사에 새로운 바람을 불고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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