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트21 뉴스=편집부] 내가 처음 지적이라는 분야에 문을 두드린 것은 4년제 대학에 국내 최초로 신설된 국립강원대학교 법경대학 지적학과에 입학하게 된 1978년이었다. 그 시절만 해도 ‘지적학’이라는 학문은 사람들에게 낯설고 생소한 단어였다. 주변에서는 왜 하필 이런 길을 택했느냐는 질문을 수없이 받았다. 그러나 나의 눈에는 토지와 경계 그리고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권리가 곧 삶의 근본이라는 사실이 선명히 보였다. 국토의 효율적 관리와 국민의 소유권을 보호하는 일이야말로 국가 기반을 튼튼히 다지는 길이라는 확신이 내 발걸음을 이끌었다.
이후 20년 가까이 대한지적공사에서 근무하며 지적측량의 기틀을 다졌고, 또 다시 민간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지적측량업을 등록하여 20여 년간 지적측량을 수행하며 이 길을 평생의 사명으로 삼았다. 돌이켜보면 지적과 인연을 맺은 지 47년이 지난 내 인생은 지적이라는 단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 같은 것이다. 때로는 버겁고 외로운 길이었으나, 국토의 효율적 관리 및 국민의 소유권 보호와 직결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나를 굳게 지탱해 주었다.
민간 주도 지적측량, 나의 삶과 꿈
공공기관의 독점적 구조 속에서 수십 년간 지적측량 산업이 진행되어온 현실은 늘 나를 고민하게 했다. 국민이 소유한 토지는 국민의 것이며, 이를 측량하고 관리하는 일 또한 국민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소신은 변함없었다. 나는 오랫동안 법과 제도의 장벽 앞에서 싸워왔다. 헌법소원에 참여했고, 새로운 법률 제정과 개정을 위해 국회를 수없이 오갔다. 때로는 헛수고처럼 보이는 순간도 있었지만, 나는 굴하지 않았다.

국민의 선택권과 알 권리를 되찾는 일이 단 한 번의 방문으로 끝날 수 없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지적측량 그 안에는 국민의 삶이 있고, 집과 토지, 세대를 이어온 생애의 기록이 담겨 있다. 나는 그 현실을 결코 잊은 적이 없다.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제도권의 벽을 두드리고 있다. 언젠가는 토지 소유자의 토지 경계가 정확하게 지켜지고, 억울한 분쟁이 사라지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말이다.
기술의 진화와 나의 또 다른 도전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21세기 기술은 상상 이상의 속도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드론으로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보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되었고, 앞으로 인공지능은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경계를 찾아내는 능력을 갖출 것이다. 필자는 이 변화에 대해 기대감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기술의 진보는 국민에게 더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길이기 때문이다. 내가 걸어온 지난 세월은 종이 도면과 발로 뛰는 현장이었지만, 이제는 디지털 플랫폼과 데이터 공유라는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고 있다.

지적정보가 특정 전문가의 서랍 속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국민 누구나 쉽게 확인하고 활용할 수 있는 시대. 그것이 내가 꿈꾸는 지적측량의 미래다. 이러한 전환 속에서 나는 지적측량 기술자에 머무르지 않고, 시대의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젊은 MZ 세대가 이 산업을 새롭게 이어갈 수 있도록, 필자는 나의 노하우를 나누고 길을 열어주고자 한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나는 이제 ‘민간 주도 지적측량’이라는 깃발을 다시 높이 들고자 한다. 공공과 민간은 대립하는 존재가 아니다. 서로의 부족함을 보완하며, 국민에게 최선의 결과를 돌려주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 공공이 혼자 모든 목표를 이룰 수는 없다. 민간의 참여와 역량이 더해질 때 비로소 국토는 더 정밀하고 효율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 그 길의 한가운데에서 나는 여전히 나의 사명을 다하고 싶다. 지적측량 산업은 국가 인프라의 기초이자 국민 재산권의 보루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이 길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긴 세월을 걸어왔지만, 여전히 내 가슴은 초심의 열정으로 뜨겁다. 국민의 권리를 지키는 그 순간까지, 나의 지적측량 업의 행보는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이 산업의 역사를 정리하는 날이 오면 나는 조용히 말하고 싶다. “나는 단지, 지적측량을 수행하며 제도의 발전을 위해 나의 생애를 바쳤을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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